바흐 마음의 위로 모텟 '오소서, 예수여 오소서' 칸타타 '후비여, 또 한 줄기 빛을' 모텟 '예수, 나의 기쁨' 테버너 콘소트, 플레이어즈 /앤드류 패롯 SONY SK 60155, DDD 66' l9/ l998년
<마음의 위로>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음반은 바흐의 장송용 모텟 2곡과 칸타타 1곡을 담고 있다. 그리스도 교회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을 모아 놓은 것인데 앤드류 패롯이 이끄는 테버너의 다소 점착력 있는 창법 속에서 왠지 여운을 발견하게 된다. 다작과 다산의 명수였던 바흐는 적어도 연주에 있어서는 '양보다 질'이었다. 두리뭉실한 여러 명의 파트원을 세우기보다는 책임과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최고의 l인을 선호했다. 패롯도 이같은 의도에 충실하다. 바흐의 '마니피캇'에서는 전체를 솔리스트 앙상블화 시키기도 한바 있듯이 이번 음반에서도 최대 10인의 단촐한 그러나 알이 찬 앙상블을 만들고 있다. 음반을 여는 곡은 토마스 교회 목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오소서, 예수여 오소서' 이다. 소프라노 파트를 선도하는 한줄기의 애틋한 음가닥이 인상적이다. 두 번째 곡인 '후비여, 또 한 줄기 빛을'은 애도송가로서 엄밀히 따지면 전례에 쓰이는 종교칸타타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작센 선제후의 부인이자 독실한 루터파 교인이었던 크리스티아네 에베르하르디네를 추모하는 곡으로 제5곡 알토아리 아 '후비는 얼마나 마음편히 돌아가셨는지'와 제8곡 테너아리아 '영원한 사파이어의 집이' 등에서 예술의 후원자에 대한 보답으로 특별히 쓰인 류트와 비올라 다 감바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여 볼 만하다. 바오로가 로마인들에게 보내는 서간문에 의거한 '예수, 나의 기쁨'은 당시 라이프치히 우체국장의 부인을 애도하기 위한 곡이다. 11부분으로 이루어진 곡중에 무게중심이 되는 제6번 '육으로 살지 말고'에서 합창을 대신한 솔로들의 후가 진행은 용의 눈에 점을 찍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패롯의 연주는 기름기가 제거된 담백하고 다소곳한 연주로 일관하고 있다. 기독교에서 죽음이 새로운 시작이듯이 이 음반이 그의 캐리어에 새로운 모두가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