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리스트 : 김 종 우

이은상 시, 홍난파 곡의 '옛 동산에 올라'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예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료'. 여기서 '버혀지다'는 '베어진다'는 뜻의 옛말이다. 이 얼마나 맛깔스러운 우리말인가! 그런데 요사이 한 악보집에 보니 이 수절이 '베어지도 없구료'로 바뀌어 있었다. 참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언젠가 성가집이 요새말로 개편되는 바람에 불편함을 느꼈을 뿐 아니라 상당한 아쉬움을 느낀젓이 있다. 예를들어 '청검에 찔린 상처 기워갑을진저'. '기워갚다'. 이 얼마나 절실하게 와 닿는 표현인가! 그런데 지금은 그 자리에 '그 크신 사랑을'이 대신하고 있다. 노래의 가사는 그 시대를 담고 있는 화석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조탁이라는 미명하에 현대화하는 작업은 득보다 실이 클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헨델의 메시아 중에 나오는 가사 'when He appeareth?'에서 3인칭 동사 'appeareth'가 유수한 세월을 거쳐왔음에도 오늘날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