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리스트 : 김 종 우

“아카펠라는 아무데서나 부를 수 있는 곡이 아니다." 혹자는 이 얘기를 듣고 평등정신에 위배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악보만 있으면 부를 수 있는 것이 아카펠라지 그걸 꼭 장소를 가려서 불러야 할 이유는 뭘까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있겠다. 하지만 장소를 가려 불러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 아무데서나 부르게 되면 아카펠라 음악이 가진 효과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소위 "천상의 소리(Voice of Heaven)"효과라 하여 높다란 천정을 가진 고딕성당의 내부에서는 아카펠라의 음향을 인간의 소리만이 아닌 천상의 소리로 만들어주는 놀라운 효과를 창출해낸다. 그러나 그것은 현대의 많은 성당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효과이기도 하다. 어떤 곳에서는 비록 높다란 천정을 가졌다 하더라도 여러가지 흡음요소들이 그것을 방해하기도 하고 또 대부분의 성당들은 공명이 이루어지기에는 천정이 너무 낮아져있다. 신과 인간의 더욱 친밀한 만남을 상징하려고 천정의 높이를 낮춘것인지는 몰라도 그것으로 인해 성가대들의 레파토리에는 많은 손실을 보게되는 것이다. 분명 씨디에서 들었던 앙상블은 너무도 훌륭하고 청명한 것이었는데 어째서 직접 시도를 하려면 이리도 힘든 것일까? 현대의 많은 성당에서는 소리가 머물고 풍성해지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음반에서 들었던 바로 그 소리를 재현하려고 해도 역부족이 되어버리고 결국 목만 아파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본인의 경험상 서울 남쪽의 한 성당은 그 정도가 극에 달해 자신이 내는 소리조차 듣기 힘든 마치 "바위에 부딪히는 개란같은 소리"가 형성되는 곳도 있다. 그러기에 정말로 아카펠라를 잘부르고 싶거든, 아니 꼭 그 장르만이 아니라도 좋은 앙상블을 일궈내고 싶거든 높다란 천정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만약 그 요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면 그에 대응하는 시설이 필요하다. 한줄기 빛이 온 방을 채우듯 한줄기 소리도 온 방을 채울 수 있을때 비로소 육질의 투박한 소리들이 영롱하고 청아한 앙상블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