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리스트 : 김 종 우

바흐의 나단조미사곡. 영어로는 비마이너 매스, 원어인 독어로는 하몰 메세가 된다. 나는 이번 기회에 가디너의 역사적인 한국공연을 목격하게 된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더우기 레파토리가 나단조 미사곡이었다는 점을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 나단조 미사곡과 나의 인연은 중학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백과사전에서 추천하는 명곡중에 이 곡이 껴있었다. 그래서 종로로 나가 테잎을 샀다. 열심히 듣고 또 듣고 때로는 감상문도 써서 제출했다. (내 감상문을 보고 베낀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테잎은 겉다르고 속다른 테잎이었다. 거죽은 분명 비 마이너인데 알맹이는 토카타와 후가였던것이다! 이미 오래 들은 터라 교환을 요구할 수 없어 다음번에 동일한 테잎을 다시 사는 사태가 발생했던것이다. 아무튼 이런 인연으로 시작된 하몰메세는 나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다. 학장시절 나에게 힘이 되어준 이가 있다면 헬무르 릴링이었고 그가 연주하는 빠른 템포의 하몰 메세는 언제들어도 즐거움의 세계였다. 그래서 가디너의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사전에 큰 기대는 최소한했다. 그래야 최소한 기대 이상의 연주가 되니 말이다. 누군가 말했던가 아무리 좋은 오디오도 실제 연주를 따라갈 수 없다고 그러나 청각적인 연주만 놓고 본다면 오디오가 더 좋은 소리를 재생한다고 볼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공간적인 특성은 차지하고라도 투어연주회적인 성향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성악에서 애기하는 어택은 어디로 갔는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성부 오른편에 앉아계시는 주여"에서 오보에 다모레의 실수. 그 머리칼을 뒤로 맨 오보이스트는 그 이후 얼굴이 불거지더니 에드립이 증가하고 끝내 재즈풍으로 가려는 듯도 보였다. 세계 11위의 음반시장 코리아. 아라비아 역사학도였던 가디너도 전공을 살려 아라비아와 코리아의 관계에 관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는 우리의 70년대 역사적 모토였던 (그리고 지금도 살아있는) '빨리빨리'를 알고 있는 듯했다.박수칠때 아인 차츠가 들어가는 것은 예사고 솔로이스트에게도 경보를 요구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좀더 유구한 역사는 파악을 못한듯. 동방예의지국에서는 그렇게 조급하지 않은데. 어쨌든 소위 원전연주라고 하는것이 과거로의 회귀라기 보다는 현대인의 스피드감을 충족하기 위한것이라 보았던 나의 생각에 부합되는 점들이 많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