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캐롤(Carol)을 부를 시간이 돌아왔다. 본래 캐롤은 종교적인 의미를 지닌 곡이다. 하지만 기독교 신자이건 아니건 간에 캐롤은 모든 이의 마음을 기쁘고 설레이게 만든다. 동시에 한 해를 보내면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갖가지 상념의 시간에 빠져들게 한다. 헨델의 메시아를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제 1부의 서창 '홀연히 천군 천사 나타나'와 이어지는 합창 '주께 영광(Glory to God)' 을 익히 알 것이다
홀연히 허다한 하늘의 천군들이
천사와 함께 찬송하여 가로되
주께 영광 높은 곳에 주께 영광
땅에 평화 만민에 은혜로다
이 두 곡은 루까 복음 2장 13, 14절에서 가사를 취하고 있다. 가사 중에서 "하늘의 천군"이 부르는 찬송에 화답하여 그 자리에 모여 들었던 목동들이 부르던 화답송이 크리스마스 캐롤 전승의 기원이라고 한다. 과연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였을지 상상을 해보라.
캐롤은 언제 부르는가? 본래는 크리스마스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어떤 축제에도 불려지는 장르였다. 그러다가 16세기 경부터 크리스마스로 그 시기가 한정되었다. 크리스마스란 단어는 중세기에 사용되던 크리스뚜스 미사(Christus Missa)에서 유래한 그리스도와 미사의 합성어이다. 불어로는 노엘(Noel)로 라틴어의 탄생에 그 어원을 두고 있으며 독일어로는 바이나하텐(Weihnachten)으로 '축복의 밤'이라는 뜻이며 이태리어에서는 본 나탈레(Buon Natale)로 '좋은 탄생'을 의미한다. 때로는 크리스마스를 X-mas로 표기하기도 하는데, X는 희랍어 그리스도의 첫글자이기 때문이다.
초대 교회에는 크리스마스가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생일보다 사망일을 더욱 기념하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에 그리스도에 대해서만은 그 생일을 성대하게 경축하게 되었다. 5세기 초엽 그리스도교에서는 성탄을 최대의 축일로 정식 선언하였다.
우리는 크리스마스가 12월 25일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확증은 없다. 단지 이날이 로마인들의 태양신인 미트라(Mithra)의 축제일이었기 때문에 이날을 그리스도교의 축제일로 대치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되었다고 보고 있다.
오늘날에 크리스마스 몇 주전부터 캐롤의 열기가 거리의 곳곳과 방송 등에서 달아 오른다. 이러한 열기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초대 그리스도교에서는 하루 전날의 일몰부터 다음날의 일몰 전까지를 하루로 쳤기 때문에 전야인 이브가 존중되었다.)부터 26일까지 절정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다음날부터는 그 열기가 상당히 시들해져 버린다. 그러나 본래는 8부(dies octava)라 하여 성탄절부터 이후 여덟번째 날까지 계속하여 축제를 벌이고 기쁨의 캐롤을 부르게 되어 있었다.
이제 캐롤은 크리스마스의 노래이다. 그러나 본래는 프랑스 춤에서 기원했다. 카롤(Carole) 이라고 하는 노래를 부르며 둥글게 서서 추던 왈츠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중세에 신비극 등에서 후렴구를 가진 여러가지 주제의 노래가 되었고 16세기에 와서 비로소 민중적인 크리스마스의 노래가 되었다. 이때에 인쇄된 캐롤 텍스트들은 현재에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독일과 영국 지방의 캐롤을 살펴보면 세속화의 경향을 볼 수가 있다. 전나무, 눈, 종소리 등이 노래의 가사에 나타나지만 예수 탄생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곡들이다. '오, 전나무' , '징글벨' , '실버벨' 등이 그 예이다.
또한 캐롤 송에는 산타크로스라는 인물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실제로 그는 3세기에 소아시아 지방에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자선심이 강하여 후에 대주교에 까지 임명되었던 니콜라스라는 사람인데 '산 니콜라우스' 라는 이름이 미국으로 건너가 '산타클로스'로 성전환(san은 남성형이고 santa는 여성형이다) 을 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사슴과 대화를 하거나 굴뚝 청소부(?)로까지 전락하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애호하는 캐롤이 있다면 오스트리아 지방의 캐롤인 '고요히 고요히' 나 알사스 지방의 캐롤 혹은 키르크 파트릭의 '찬바람 스치는 마굿간' 등이다. 이들 곡들은 공히 음산하면서도 신비로운 허밍코러스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성탄절 노래는 처음에 단선율의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출발한다. 입당송에 해당하는 '주께서 말씀하셨다. (Dominus dixit)'를 시작으로 밤 미사가 진행되는데 시편 2장 7절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기 소개된 솔렘 수도원의 창법은 가톨릭 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닌 정통적인 것에 속한다.
한때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풍적 인기를 이뤄 내었던 스페인 성 도밍고 수도원의 크리스마스 관련 찬트 모음집이다. 성탄 아침 미사의 층계송인 '땅끝마다 우리 주의 구원하심을 모두가 우러러 보았도다'로 시작하여 영국의 작곡가 브리튼이 그의 작품 <캐롤의 제전>에서 사용하기도 하였던 '오늘 그리스도 나셨도다', 본래는 성지 주일의 예루살렘 입성 행렬시 불렀던 '영광, 찬미, 영예', 헤브레아 아이들이', 성 목요일의 '사랑이 있는 곳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음반에는 중세 후기에서 르네상스 초기에 걸친 크리스마스 음악을 담고 있다. 첫 곡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나이다, 그리스도여' 는 대림성가로서 독일의 오래된 다성 음악이다. 프랑스 모텟의 영향을 받아 정선율이 최저성에 깔리고 유려한 멜로디 라인이 상성부를 장식한다. 유명한 입당송 '아이가 우리에게 나셨네'는 가사와 음악 면에서 새로이 덧붙여졌고 (트로푸스라 한다.) 헝가리 풍의 상투스에도 '이 모든 민족들아'로 시작하는 부분이 덧붙여졌다.
전체적으로 중세의 세속 가곡에 자주 등장하는 타악기들이 많이 쓰이는데 전시대의 무반주 단선 성가에서 느끼는 안온하고 경건한 느낌이 많이 세속화되고 자극적으로 변하는 경향을 엿보게 해주는 음반이다.
빅토리아는 신비적인 감정과 열정적인 박력을 통해 특히 국내 합창 계에 호소력을 지니고 있는데 음반에는 탄생의 신비를 찬송하는 '오 커다란 신비여'가 모텟과 미사의 형태로 담겨 있다. 제레미 써머리가 이끄는 옥스포드 카메레타의 깨끗하고 청아한 연주가 고결한 예수 아기 탄생의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프레토리우스는 음악에 대해서는 대부분 독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명작을 남기고 있다. 또한 베네치아 악파의 양식인 복합창 형태나 인성과 기악의 융합을 일궈낸 것이 공이라 하겠다. 관악과 류트 등이 어우러진 '잠깨어라'를 시작으로 유명한 캐롤 '인 둘치유빌로등'을 70여분간에 담아내고 있다.
쉬츠는 바흐 출현 이전에 독일 음악의 기초를 확정한 중요한 작곡가인데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특히 뛰어난 작품이다. 88년 올림픽 예술 축전의 일환으로 서울에 오기도 했던 슈투트가르트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며 뮤지카 피아타 쾰른과 슈투트가르트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기악 반주를 맡았는데 특히 이 산타나의 류트 반주가 두드러진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부활절, 승천절 오라토리오와 함께 바흐의 3대 오라토리오에 속하며 이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곡이기도 하다. 6개의 교회 칸타타를 한 묶음으로 만든 것으로 본래는 크리스마스부터 공현주일까지 6일에 나누어 연주되었다. 페터 슈라이어의 활기에 넘친 연주 형태는 수난곡보다는 성탄곡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1723년 크리스마스의 라이프찌히에서는 어떤 음악이 연주되었을까? 음반에 그 해답이 있다. 바흐의 '마니피캇'을 비롯하여 '칸타타 63번'과 '상투스' 등이 그것이다. 특히 '마니피캇'은 오늘날 흔히 연주되고 있는 라장조 대신 초연시에 연주되었던 내림마장조를 사용하고 있으며 '마니피캇'의 사이 사이에 크리스마스에 알맞은 내용을 지닌 4곡이 삽입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생상이 23세의 젊은 나이에 쓴 곡이다. 유대 풍의 인상적인 프렐류드로 서두를 여는데 바흐의 오라토리오에서 보는 활기에 넘친 분위기보다는 19세기 프랑스 풍의 서정성이 지배적이다. 마틴 프레미히가 지휘하는 드레스덴 합창단과 교향악단은 이러한 온화하며 멜로딕한 분위기에 충실히 연주를 이어간다. 간혹 현장 잡음이 들리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옥의 티라면 티다.
크리스마스 음악 중에는 특이하게도 피아노만으로 연주되는 곡이다. 얼마 전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명동 성당에서 연주하기도 했던 곡인데 '아버지 하느님의 눈길' , '성모의 눈길', '천사의 눈길' , '양치기와 동방 박사의 눈길' 등 2000년 전 당시 구유 곁에 함께 했던 모든 이들과 모든 환경의 감정이 현대적으로 묘사된 곡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뉴욕 성요한 성당의 크리스마스 자정 미사 라이브 녹음이다. 미사 시작 전 미국 작곡가 빌링즈의 '목동의 캐롤' 등이 연주되어 크리스마스의 설레이는 감정을 한껏 돋우며 빅토리아의 '트리스하기온(trisagion)'에 맞추어 입당 행렬이 시작된다. 독서 중간 중간에 비잔틴 성가 등이 연주되며 성탄 복음 직전에는 알렐루야가 아홉번 반복된다. 상투스는 팔레스트리나의 '교황 마르첼루스 미사' 중에 나오는 것을 제자인 소리아노가 편곡한 것이다. 성체성가는 동방 정교회의 앤섬인 '당신의 천상 연회로'이며 이외에도 두 곡의 모텟이 추가된다. 성탄절 미사 전례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음반이다.
거의 모든 유명한 캐롤을 2장에 담아낸 경제적인 음반이다. 오르간 서주와 만프레디니, 로카텔리, 코렐리 등의 크리스마스 기악곡도 포함되어 있으며 알사스, 도피네, 리무진, 프로방스, 브르고뉴 등 각지방의 캐롤도 포함되어 있다.
라틴 성가인 '임하소서 임마누엘'을 서두로 하여 16세기의 다성적인 모텟이나 영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지방의 캐롤을 담고 있다. 또한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나 80년대 후반국내에 널리 알려졌던 랜달 팀슨의 '알렐루야' , 브리튼의 캐롤 등 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종 다양한 크리스마스 음악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음반이다.